# 물질문명은 우리에게 충분한 양식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배를 채워도 뭔가가 허전하다.
현대 사회의 인간은 물질을 넘어서 허위에 탐을 내기시작했다. 어째 먹을 수록 더욱 배는 고프지만, 더 먹고 싶게 생겼단 말야.
# TV 광고에서는 이제 더이상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지 않는다. 아파트도 이제는 유럽풍이란다. 세상에 유럽풍 이라는 말 만큼 백치스러운 말이 있을까. 행여 말이 있다손 쳐도, 유럽에 아파트가 어찌 생겼었더라.. 모르겠다만, 어쨌든 광고를 보다보면 그럴듯 한 것이, 광고 하나는 잘 만들었네.
제각기 머리에 다른 이미지를 그린다. 각자가 상상했던 유럽. 가보고 싶던 곳, 멋진 추억이 있던 곳, 행복해야만 했던 여행. 그런 아파트라니, 어째 살고 싶지 않은가?
# 자동차 에헴7 광고를 보자. 사람들이 아무리 평등, 평등 외쳐봐야. 제각기 머리에는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는게 사람(동물)이다.
이 광고에서는 에헴7 밖의 사람들에게 양머리를 씌우는 과감한 연출을 선보인다. 우와. 정말 최고의 광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차의 의미를 명확하게 집어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광고가 아닌 풍자만화였다면, 상이라도 받았을텐데.. 나를 다른 사람보다 멋지게 보여줄 차라니, 어째 한번 타고 싶지 않은가?
# 롯데리아에선 몇년전에 웰빙버거를 팔았더랬다. 피식.
# 사람들의 허위 의식을 자극하는 것은 광고만이 아니다. 어째 광고는 그래도 좀 용서가 된다. commercial 이니깐. 요새 신문은 참 난리도 아니다.
소설의 특성은 허구성, 진실성, 산문성, 등등등.. 이란다. 요새 기사를 보면 여느 소설 보다도 허구성이 더 도드라진것 같다. 자극적이고, 재미도 있는데다가, 정말 일어난일 같으니깐. 간간이 누드 삽화도 넣어주고,중독되지 않을 수가 없네. 쫌 있으면 신문도 8800원 주고 사야되는거 아닌지 몰라.
각개 언론사와 기자들이 아주 베스트 셀러를 내려고, 신정아를 향한 반지 원정대라도 결성한 것 같다.
# 이번 휴가동안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내리 세 권이나 읽었다. 살인자의 건강법, 적의 화장법, 제비일기. 언어라는 것으로 논리를 펴거나, 생각을 표현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아침 일찍 성당에 나가, 하느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라는 말을 듣고선, 점심에 친구로 부터, 어제 무도회장에서 만난 A와 세 번 사랑을 나눴다는 말을 들으며, 내가 사랑하는 새우 튀김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언어의 불완전성 덕분일 것인데 말이다.
같은 언어일 진데,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읽으면, 대화로 진행되는 구성 속에서, 모든 말씀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들어와 머리 속의 나의 관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고, 모호했던 관념들은 정리해줄 뿐 아니라, 모자란 것은 채워주니, 영~광 영광영광 영~광 아니겠는가.
# 특히,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으면서는, 내가 갖고 있던 허위와 진실이 내 눈 앞에 분명해 지면서, 피식, 피식, 나를 향한 조소를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티슈의 살인은 사랑이라는 허위였고, 기자는 티슈의 목을 조르며 티슈의 허위를 완성해 주었다.
그는 평생 괴로워야 마땅했지만, 철저한 허위 속에 진실된 삶을 살았고, 허위의 완성으로 그는 진실로 행복하게 죽었다.
# 배가본드 25권도 나와서 읽었는데, 마타하치 머리 속에 있던 다케죠의 모습. 그것은 마타하치의 투영이었다.
내가 누구를 만나도, 친구가 됐건, 연인이 됐건, 진을 만나도 내가 토닉이면, 너는 진일지언정, 내가 바라보는 너는 진토닉일진데.
# 물질 문명은 매스 미디어를 낳았고, 매스 미디어는 그 보답으로 허위를 선물했다.
# 오늘 점심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지 않고 마셨다. 알바생은 무척이나 예뻤고, 그녀 앞에서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는 촌스러운 짓은 하지 싫었다.
강남역까지 걸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고하고, 나는 내 차를 끌고 가기로 했다.
그리 담배가 땡기지 않았음에도, 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켜지기 전까지, 담배 한개피를 입에 물었다.
혼자 간 영화관에서는 한 커플의 옆에 앉았다. 내 옆의 여자가 혼자 영화를 보러온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였다. 다행이 인베이젼은 재밌었기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 나는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다. 20년을 넘게 그렇게 허위에 익숙했지만, 결국은 real world로 나와버리고 말았다.
더욱 슬픈 것은 내가 neo 가 아니란 것이다. neo가 아닌 이상 real world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다시 그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 허위를 쫒고 허위를 채우며 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슬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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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ighe
2007/10/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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